내가 자퇴한 이유

March 19, 2022

제가 자퇴한 이유에 대해 작성한 글입니다. 신청했던 자퇴 처리가 최근에 완료되었거든요! 아주 홀가분한 마음에 이런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

저는 2019년에 호주 시드니에서 IT 전공으로 대학 생활을 1년 동안 했습니다. 그 후 2020년 군 복무를 위해 한국에 돌아왔어요. 한국에 와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쩌면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커뮤니티'와 '교육'은 내가 직접 할 수 있지 않을까?'. 저는 운 좋게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하게 되면서, 일과 이후에 제한적인 자유를 누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약 2년의 시간 동안 직접 증명해 보기로 했습니다.

커뮤니티에 대한 증명

우선 첫 번째, 커뮤니티에 대해 두 가지 증명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커뮤니티를 빌딩하는 것,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에 조인하는 것이에요.

직접 빌딩한 것에 대한 경험을 먼저 적어보겠습니다. 2020년 4월에 친구들과 함께 J2KB(Journey 2(Two) Know the Beautiful coding)이라는 코딩 교육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단순 스터디 모임 수준이었지만 제가 원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저에게 상당히 큰 의미였습니다. 함께 파이썬 공부를 하고, Django를 이용해서 J2KB 웹사이트를 같이 만드는 등,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기도 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J2KB 초창기 멤버들은 입대를 하거나 준비 중이었어요. 저는 이 단체가 없어지지 않길 원했고 제가 원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싶었어요. 그래서 J2KB에 외부 인원을 모집하기 시작했고 함께 공부하고 커뮤니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년 6개월가량 대표로 단체를 운영하면서 운영 크루는 30명이 넘기도 했었고, J2KB를 거쳐간 멤버들은 몇 백 명 단위였어요.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지금까지 커리어적으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직접 커뮤니티를 빌딩하는 것도 못할 건 아니구나! 그리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내가 노력하기 나름이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른 커뮤니티에 조인한 것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지금도 활동 중인 '기업가 정신 네트워크의 확산'이라는 미션을 가진 SHIFT라는 단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원래 SHIFT가 개최하는 JunctionX Seoul 2020 해커톤에 참가자로 참여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첫 해커톤이었으나 Rakuten Rapid API track 2등을 거머쥐었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팀빌딩, 아이디에이션, 기능 구현, 피치덱 & 대본 작성 등을 진행하며 IT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해커톤을 하면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즐거움'을 더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어요. 그렇게 해커톤이 끝나고 약 2개월 뒤 SHIFT에서 신규 크루를 모집한다는 글을 발견했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지원했습니다. 마침 그 당시에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를 하던 터라 People 팀에서 참가자 데이터를 가지고 일하게 될 것이라는 문구를 보고 People 팀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것도 큰 이유였습니다. 다행히 기존 크루 분들께서 저를 좋게 평가해 주셨고, 2021년 초 SHIFT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SHIFT는 약 20명이 넘는 분들이 한 팀이 되었습니다. 당시 크루 분들은 스타트업 경험이 있으시거나, 직접 창업하셨거나, 대학생이시거나 대학원생이신 분들도 있었고 그 분야도 제각각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함께 일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간혹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경험 있는 크루 분들의 슬기로운 대처로 해커톤을 잘 진행했습니다. 이때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정보 접근 & 의사결정 권한은 어디까지가 적합한 것인가, 팀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일치되어야 하는가, 가장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무엇인가, 해커톤 참가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크루들에겐 무엇이 최고의 경험인 것일까 등. 지금 생각해 보면 UX, CS, HR 같은 여러 가지 키워드로 종합이 되고 익숙한 논제들이나 당시 저에겐 상당히 새로운 것들이었어요. 이런 새롭고 유익한 경험들은 저에게 큰 자산이 되었고 현재 디스콰이엇에서 일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학교에서 저에게 줄 수 있는 커뮤니티도 좋지만, 내가 노력하기에 따라 그보다 더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든 조인하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에 대한 증명

두 번째로 교육에 대한 증명입니다. 저는 대학교가 주는 바운더리가 싫었습니다. 제가 원해서 IT 전공을 고르고 공부했지만, 학교에서 제공하는 모든 과목이나 선택지가 제가 100% 원하는 것은 아닌 경우도 있었어요. 근데 졸업을 위해선 꼭 공부를 해야 하다 보니 불합리하다고 느꼈어요. 내가 내 돈 써서(물론 부모님 돈이었지만), 내 시간 들여서 하기 싫은 공부를 해야 한다니, 말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로드맵을 그렸어요. 처음엔 2020년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2021년엔 PM/PO에 대한 로드맵을 직접 그려서 공부했어요. 각 로드맵엔 단계가 있었고 각 단계마다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들을 정리해서 그대로 진행했습니다. 조금 더 설명드리자면 Coursera, Udemy, Edwith, Boostcourse, Github repo, 논문, 블로그 아티클 등을 각 단계에 맞게 정리해서 공부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저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도 PM/PO도 아닙니다. 다만 그때 배웠던 모든 기술들은 제가 스스로 원해서 공부했던 것이고, 지금 디스콰이엇에서 일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그때 배운 기술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대학교가 저한테 제공했던 배움과 비교했을 때 스스로 공부한 것에 대한 만족도는 최상이었습니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에요, 매일 제가 하고 싶은 공부와 지금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정해서 하고 있습니다.

물론 IT 전공의 특성상 더 쉬웠던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 IT 교육 시장이나 시스템적으로 변화가 빨라진 시기였던 것도 한몫했어요. 어찌 되었든 결론적으로 저는 몇 백만 원, 몇 천만 원의 비용과 몇 년의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원하는 공부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직접 증명은 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제가 메타인지를 잘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노션에 저의 생각과 계획을 정리해서 타입폼 링크와 함께 커뮤니티에 배포했습니다. 그중 대부분의 답변은 '휴학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해봐라'였고, 한 자릿수 퍼센트의 답변만이 '자퇴 후 도언 님 하고 싶은 거 하세요'였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자퇴를 선택했습니다. '남들과 다른 삶을 살려면 소수가 선택하는 길을 가는 게 당연히 더 빠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기반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때 작성했던 노션 페이지도 첨부합니다.

노션 페이지 링크

그래서 자퇴했나요?

네, 맨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자퇴 신청했고 완료되었습니다. 2022년 들어서 유학사와 학교에 자퇴 의사를 전달했고, 완료 처리되어서 이제는 돌아갈 곳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