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누구나 세상에 커다란 임팩트를 남기고 싶다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한다. 진정성을 느끼는 문제를 해결해 강력한 돌풍을 일으키고 싶다는 상상.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은 어렵고 고통스럽다. 대다수의 창업가는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이 부족하다. 돌풍은커녕 작은 바람조차 만들기 어렵고, 애석하게도 많은 이들은 창업가들의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막막함, 불안함, 외로움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감정을 이겨내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우리의 비전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필요하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군 복무까지 교육 분야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멘토 혹은 동료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곁에 없었고,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함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무작정 J2KB라는 코딩 교육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후 구글, 아마존, 네이버 등 빅테크 개발자들을 모셔와 커뮤니티를 1년 반 동안 운영하며, 내가 먼저 행동하니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중요한 점은 내가 먼저 실행했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은 누군가를 '그냥' 돕지 않는다. 상대방이 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돕고 싶을 만큼 그 사람의 행동에 공감이 되는가, 이 두 가지를 중요하게 본다. 내가 원하는 이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했던 행동들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무것도 없다면 아무거나 해보기 + 일단 질문하기
나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 입대 전까지 코딩을 잘하고 싶었고, 직접 프로덕트를 만들어 창업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최고의 개발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고, 그들이 일하는 회사에 어떻게든 들어가고 싶었다. 마침 네이버가 자산실사를 진행하고 이를 수행할 요원을 외주업체를 통해 뽑는다는 것을 알고 지원했다. 이때 조금이라도 한가해 보이거나, 관심 있는 분야에 일하는 분들을 무작정 찾아가 질문했다. "지금 무슨 일 하냐?", "왜 하는 거냐?", "어떻게 하면 네이버에 도움이 되냐?" 등 21살밖에 안 된 일개 계약직 알바치곤 이상한 질문들을 엄청했다. 귀찮게 받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꽤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셨다.
자산실사 계약직이 끝난 후에는 판교에서 AI 기술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회사가 궁금해 AI 관련 사업을 하려는 팀을 찾아다녔다. 운 좋게 이미지 라벨러를 구하는 곳이 있어 바로 들어갔다. 거기서 AI 모델링은 어떻게 하는지, 판교 개발자들은 창업할 생각이 없는지 등 여러 인사이트를 얻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J2KB에 도움이 되는 분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고, 멘토가 되어주시거나 커뮤니티에 유용한 자료를 공유해주기도 했다.
만들고 보여주기
J2KB를 하면서 개발자 커뮤니티 플랫폼을 직접 빌딩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이디어만 가지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거나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데이터로 증거를 모으고, 솔루션을 UI로 그려 피그마로 시각화해 주변에 보여줬다. 당시 커리어리에서 설문조사를 올려 462명의 답변을 얻었고, 이중 82.3%가 유료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싶다는 답변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솔루션을 그려서 주변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등에게 보여주고 공감을 얻었다. 또한 심사역 분을 통해 사업성이나 제품 개발, GTM 등에 대한 피드백도 들을 수 있었다.
최고의 사람들이 모인 곳에 함께하기
J2KB를 하면서 군 전역 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 대학을 돌아갈지, 자퇴하고 창업에 뛰어들지, 혹은 뜻이 맞는 스타트업에 합류할지. 고민 끝에, 내가 합류한 디스콰이엇을 선택했다. 디스콰이엇에서 현솔님과 제니님을 만나며, 이들의 경험과 비전, 그리고 팀을 믿고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디스콰이엇은 디캠프, 토스 파운드,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컴업 2022, 넥스트라이즈 2023 등을 거치며 국내외 최고의 스타트업들을 수도 없이 만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업계 최고의 사람들과 많은 경험과 영감을 나누며, 행동한 결과로서 디스콰이엇은 수만 명이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