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of Internet, Algorithm, Network

October 15, 2022

문제를 인식하기 전까지, 나 자신에 대한 고찰

[위인: 내가 닮고 싶은 사람] 

저는 무언가에 순수한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사람들, 불합리한 것에 반항하는 사람들,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받아 왔습니다. 확고한 철학, 신념, 원칙을 가진 그들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컨텐츠: 내가 좋아한 것들] 

저는 어렸을 적 역사, 과학, 탐험, 정의 같은 것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꿈이 고고학자, 과학자, 탐험가, 경찰관 같은 것들 이었습니다. 집에는 역사 전기와 분야별 과학책들이 있었고, 톰 소여의 모험, 로빈슨 크루소, 인디아나 존스, 반지의 제왕 같은 스토리를 좋아했습니다. 대항해시대, 시드마이어 문명 시리즈, 엠파이어 같은 역사/탐험 게임들과 마인크래프트 같은 오픈월드 게임들을 즐겨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내가 찾던 위인과 컨텐츠가 있는 곳] 

저는 3살 때 아버지의 영향으로 컴퓨터를 일찍 접했습니다. 주니어네이버로 게임도 하고 공부도 했습니다. 한글탐정둘리 덕분에 한글도 스스로 배웠습니다. 이때부터 자연스럽게 모르는 것은 인터넷에서 찾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곳엔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고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넘쳐났거든요. 언제나 궁금한 사람들에 대해 검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아래 문제들은 제가 중학생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강하게 느낀 문제들이에요.

[문제 1: 인터넷이 오염되고 있다] 

제가 초등학생이던 당시엔 네이버 카페, 블로그, 위키피디아 등을 위주로 탐색했습니다. 궁금한 사람들, 역사들, 지식들을 끊임없이 검색하고 읽었습니다.

중학생이 되면서 페이스북이 한국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친구 수와 좋아요 수를 신경쓰기 시작했고, 적어도 제 주변에서 친구 수가 많고 좋아요 수가 많은 사람들은 지적 컨텐츠 제작자는 아니었습니다.

자극적인 컨텐츠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위인과 컨텐츠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던 저에겐 화나고 슬픈 일이었습니다.

[문제 2: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안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인터넷 특히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것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생각 회로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Endless Scrolling, Dopamine Addiction, Endowment Effect, Mere-exposure Effect, Social pressure, Fear of Missing out 등의 이름으로 명명된 영향을 끼쳐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면서도 벗어나기 어려워 합니다. 인간은 대부분 비슷하게 프로그래밍된 DNA(0.1~0.4%의 차이)를 갖고 있으며, 알고리즘은 그 DNA의 원리를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인 방향이면 좋겠지만, 이러한 알고리즘을 만든 단체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대다수이므로 부정적인 효과를 만드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문제 3: 네트워크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21세기에 태어난 인간은 역사상 최초로 전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된 채로 태어난 인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분열된 상태로 태어난 인간이기도 합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나 가족의 사회/경제 네트워크를 쥐고 태어납니다. 출발선이 절대 평등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격차를 줄여줄 수 있는 기술이 1950년대에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터넷 입니다. 정확히는 상용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1980~90년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정 인물/집단 만이 소유하던 지식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기 시작하면서 불평등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족합니다. 네트워크 격차는 단순히 지식만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경제 네트워크 속엔 자본과 사람이라는 요소가 있으며, 네트워크 자체를 소유한 사람/단체도 있습니다. 자본과 사람을 많이 보유한 네트워크일수록 그 배타성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이며, 네트워크 소유자들은 알고리즘을 통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관심사나 가치관에 기반하기에, 더 많이 연결될 수록 더 많이 분열될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

아버지가 런던으로 출장을 가신다고 했고, 마침 해외경험 전무 + 아스날 팬이라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생기면서 따라가기 위해 오랫동안 졸랐습니다. 결국 런던에 갈 수 있게 되었고, 저에게 첫 해외 경험+여행이 되었어요.

가기 전에만 해도, 영국이라는 나라와 런던이라는 도시에 큰 환상을 갖고 있었어요. 항상 책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만 접했고, 영국은 선진국이라는 생각에 많은 것들이 한국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한국에 비해 사람들이 더 많이 선택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런던을 여행하던 중, 수요일 아침 5시 정도에 잠에서 깼어요. 계획했던 기상은 아니어서 다시 잠드려고 했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침대에서 일어나 시내를 조깅하기로 했어요.

조깅하다가 찍은 런던 브리지

템스강 주변을 따라 조깅을 하면서 주변을 관찰했습니다. 평일 아침이었기에 대부분 출근하는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모습을 한국의 등교/출근하는 사람들과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저의 예상은, 런던의 사람들은 더 여유롭고 즐거워하며 출근하는 모습이었어요. 선진적인 문화, 사회, 교육, 경제 시스템 속에서 사는 사람들일테니 말이죠.

근데 아니었어요. 사람들은 모두 피곤해 보였고, 급하고 바빠 보였고,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요. 그리고 모두 양복을 입고 있었어요.

왠지 모르게 그들에겐 자유가 없다고 느껴졌어요. 그리고 금새 그 이유를 알게 되었어요.

저는 그들과 달랐습니다. 저는 출근이나 등교를 하지 않았고, 조깅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양복을 입지 않았고, 편하게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저는 피곤하고 우울한 표정을 짓지 않았고, 웃고 있었죠.

중요한 건 저는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조깅이 아니라 바닥에 드러누울 수도, 마트에 들어가 우유를 사서 마실 수도, 반팔과 반바지가 아니라 셔츠와 조거 팬츠를 입을 수도, 일부러 무표정을 연기할 수도 있습니다.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바뀐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출근이나 등교를 하고 있었고, 힘들어 보입니다. 그때 마음 먹었습니다. 이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고.

그렇게 하려면 의식주에서 식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과제빵과 식량을 공부하기도 했었는데, 다시 문제 1~3으로 돌아가며 IT를 배워야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문제 1: 인터넷이 오염되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어려워 졌고, 지식 네트워크의 접근성에서 멀어졌습니다. 정보의 홍수 때문에 오히려 적합한 정보를 발견하는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 [문제 2: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안좋은 방향으로 바꾸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무언가 하고 싶을 때 주변 눈치를 봐야했고 생각을 조종 당하면서 사회적/심리적 압박감에 노출되었습니다. 개개인의 페이스를 잃고 '최소한 남들만큼은 하자'가 팽배해졌습니다.
  • [문제 3: 네트워크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본과 인맥같은 출발선에서의 불평등 뿐만 아니라, 이를 뒤집기 위한 노력도 힘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문제 1~3은 현실적인 문제들과 겹치게 되면서, 사람들을 포기하게 만듭니다. 생계를 이어가기에도 급급하거나, 배우기 위한 돈이 없거나, 돈을 벌기 어려운 일이거나, 가르쳐 줄 사람을 찾지 못하거나, 사회적인 압박으로 포기하거나 등.

적절한 알고리즘과 인터넷 속의 방대한 지식/사람/자본 네트워크가 합쳐져서 인터넷의 가치를 되찾을 수 있다면, 사람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조금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isquiet* - 메이커(위인)들의 이야기(컨텐츠)가 있는 최고의 커뮤니티(인터넷)

저에겐 디스콰이엇이 소중합니다. 어렸을 적 제가 찾던 위인들과 컨텐츠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인터넷 공간입니다.

디스콰이엇에는 무언가에 순수한 호기심을 갖고 질문하는 사람들, 불합리한 것에 반항하는 사람들, 선택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를 통해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서로 영감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확고한 철학, 신념, 원칙을 가진 그들이 누구보다 멋지다고 생각하며 동경하고 있습니다.

디스콰이엇에는 역사를 만들어 나가고, 과학을 통해 세상을 혁신하려고 하며, 한 치 앞도 모르는 세상을 탐험하며 더 이롭게 만드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디스콰이엇은 제가 찾던 그 공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