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회고, 삶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December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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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 달이면 디스콰이엇에 합류한지도 2년째,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2023년은 이전에 비해서 더 정신없었고 그만큼 배운 것도, 아쉬운 것도 너무 많은 해다. 연말에 하나씩 정리해 보면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며 회고를 작성해 봤다. 잘한 것, 아쉬운 것, 배운 것, 내년의 목표와 지금 당장 실행할 것을 키워드로 정리했다. 사진은 집 지하실을 부시고 리모델링하다 찍은 건데, 회고하면서 기존 경험과 지식을 Unlearn하고 새 출발하는 의미를 부여해서 썸네일로 선정했다.

2023 Lookback

사람

나는 여러 문제를 사람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항상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려고 하고, 그런 자리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데 거리낌이 없다. 올해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났다. 메이커 타운, Community for Community Makers, Product Maker's Club Summer/Winter 2023처럼 디스콰이엇 주도 프로젝트를 통해서도 많이 만났고,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알럼나이로 올해 12기 분들과도 새로운 인연이 생겼으며, 개인적으로 그로우앤베터 강의와 솔샘고등학교/북일여고 멘토링, SOPT MIND23 토크 등을 통해서도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했다.

사람마다 성장 환경, 경험, 성향, 능력, 욕망이 모두 다르기에, 대화하면서 새로운 관점을 주고받으며 성장하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로도 발전한다. 얼마 전 김도엽님과 커피챗을 하면서 도엽님은 내게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이 누구였냐"고 물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나에게 '인상 깊은'이 무엇일까? 아마도 '실행 가능한 영감'을 주는 사람이 가장 인상 깊은 사람인 것 같다. 무언가 추진하고 실행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크고 불확실함이 항상 존재하는데, 이를 이끌어 내는 영감이 주는 가치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영감을 꾸준히 주고받도록 하자. 그리고 내가 먼저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다짐한다.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종종 네트워킹하고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만난다. 나에겐 최근에도 실제로 도움을 주고받은 관계로 발전한 경우가 많이 생겼다. 특히 올해 8월에 만났던 분들과 여러 협업도 했고 앞으로도 다양한 걸 함께 해보려고 한다. 대표적으로 디스콰이엇에서 가장 핫한 AI 클럽인 10X AI Club의 Cailyn Yong님, 1M 부트스트랩 클럽의 알렉스님, 오프라이트의 김진홍 진 Jean님, 홍남호 덴 Dan님, 비즈니스캔버스 팀의 Woojin Kim, Brian Shin, DONGJOON SHIN, Clint Yoo, Haun Hwang, Dalpha AI의 Dogyun Kim, Sunbin You, 박용찬님, 코르카의 백승윤님 등 올해 많은 사람들과 만났다. 앞으로도 이들과 함께 더 많은 협업을 하고 싶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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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큼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되는 행위는 손에 꼽는 것 같다. 올해 해외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를 다녀왔고, 국내에서는 가족과 캠핑을 종종 다녀왔다. 해외여행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 SEA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이 많았고, 대학생 시절 첫 창업을 동남아에서 해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러 관광지보단 실제 삶을 경험해보려고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여행지로는 거의 메리트가 없는 수도 자카르타에만 있었는데, 빈부격차가 엄청 심하고 화교계가 부를 모두 차지하여 보이지 않는 계급사회가 있다. 나는 화교계처럼 생겨서 ㅋㅋ 현지 사람들만 이용하는 대중교통, 상업시설, 식당 등을 갈 때마다 이목을 집중시켰다. 도대체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 하는 눈빛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에선 빈부격차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효율적 이타주의를 선호하는 게 아닐까? 부를 최대한 빨리 모아서 선한 곳에 투자/소비/기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 말이다. 한국에만 있으면 깨닫기 어려운 사실들을 빈부격차가 정말 심한 곳에서 살로 느껴보니, 미디어로만 보던 것보다 훨씬 생생하게 다가오고, 내 생각이 더 많이 성장함을 느낀다. 앞으로도 종종 해외든 국내든 완전히 다른 환경을 접하는 걸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배움과 성과

2년간 정말 다양한 가설을 실험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꼈다. 성장을 위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험하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새로운 실험이나 도전만 맹목적으로 추구하다 보면 성과가 떨어질 수 있고, 이것이 반복되면 팀과 개인의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성과를 내는 것은 무언가 새롭게 배우는 것보다 더 쉽다. 원래 잘하던 것을 하던 대로 하면 예상한 만큼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컴포트존을 벗어나는 일이고, 이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하지만 내가 했던 경험처럼 팀이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할 만한데 컴포트존을 벗어날 정도의 도전'을 하는 것이다. 특정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면 80%는 익숙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나머지 20%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해보는 것이다. 이 비율 조절에 종종 실패해서 극단적으로 성과가 안 나오거나 뜻하지 않게 잘돼버리는 걸 모두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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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이어서 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아직 팀으로 일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애초에 팀으로 일한 경험이 많지 않았고, 혼자서 0-1 하는 것에 더 익숙했다. 하지만 올해 가을부터 Operator 팀원 수가 4명이 되다 보니, 서로 소통이 부족해서 팀의 방향과 맞지 않는 액션을 하고 있거나, 팀원들이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 생겼을 때 스스로 내 리더십의 부족함을 느꼈다. 그래서 Operator 팀과 매일 Standup 미팅을 하기도 하고, 매주 모든 Operator 분들과 1on1을 하면서 고민을 듣고 문제를 미리 파악해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데 부족했던 것도 많다.

방향에 대한 일치가 부족하면, 어떤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무슨 지표가 중요한지, 판단 기준과 원칙은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고,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방향성뿐만 아니라 일하고 소통하는 법에 대한 일치도 부족했다. 컨텍스트 공유가 잘 안되어 오해가 생기거나 병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문서화를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 등의 일치도 부족했다. 그래서 최근 다 같이 소통 프로토콜을 통일하고 문서 템플릿, 작성하는 기준 등 Workflow를 정리했다. 일하면서 계속 피드백을 받고 업데이트를 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데 많이 놓치고 있던 것은 팀원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은 고유의 성향, 취미, 이상, 강점, 약점, 동기 자극 요인, 스트레스 요인 등을 가지고 있다. 이를 파악하지 않은 채 함께 일을 한다면,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1on1을 통해 꾸준히 성향을 파악하고, 팀이 다 같이 시간을 내어서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개인의 성장

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진심이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기에, 이상을 바라보되 현실과 괴리를 줄이기 위해 지금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차근차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하면 논리적인 사고력과 사람에 대한 이해도, 그리고 실행력을 꼽고 싶다.

Soft skill과 Hard skill 모두 중요하다. 나는 IT 메이커들을 위한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지만, 기술 트렌드를 잘 알지 못하거나 디자인과 개발과 같은 기술에 무지할 때가 있다. 테크 업계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발전하고 있으며, 각 분야가 점점 더 딥해지다 보니, 가끔은 일부 메이커들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공감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래서 많이들 이야기하는 게 T자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나는 지금 — 모양의 제너럴리스트가 아닌가 싶다.

2024 Moveforward

회고를 쓰다 보니 엄청 길어졌는데, 결론은 배운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고 내년엔 더 잘할 수 있는 것도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메이커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진심인데, 내 역량이 아직 모자라서 더 많이 배우고 실행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 회고를 보는 모든 메이커분들이 2023년을 잘 회고해서 온라인에 기록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내년을 계획하는 것을 넘어서, 곧바로 인생을 바꿔줄 기회를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